한 개만 더, 한 발만 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런저런 생각들

열심히 해도 성과가 나지 않는 것 같을 때

토이판다 2023. 3. 31. 17:48

영화 Big Short, 2015

 

종종 날씨가 좋을 때는 이른 아침에 산에 오른다. 3시간 정도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늘 다니는 코스가 있다. 그런데 잘 아는 길인데도 어떤 날에는 유난히 정상이 나오지 않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무에타이를 10년 정도 했다. 5년이 지나고서부터는 선수로 시합도 나갔고, 코치도 했다. 체육관에 도착해서 몸을 풀고 나면 가장 먼저 샌드백을 친다. 늘 달고 다니는 팔과 다리로 샌드백을 치는데 어느 날은 유난히 못치는 것 같은 날이 있다.

 

매일 아침 출근길 유튜브로 좋은 강의들을 본다. 점심시간에는 헬스장에 갔다 샐러드를 먹는다. 회사일을 마치고서는 집에 와서 공부를 하거나 사이드 잡을 한다. 자기 전에 책을 읽고 필사를 한다. 하루 24시간이 꽉 차 있다. 그런데 열심히 하는 만큼 별다른 성과는 나지 않는 것 같고 마음은 조급해진다.

 

왜일까?

 


 

각자의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지금 나의 상황을 기준으로 진단해 보면 단기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최종 목표가 너무 멀고 이상적인데, 그에 반해 단기 목표가 세부적으로 수립되어 있지 않다. 분명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없어진 것 같다. 지금 하는 노력과 하루의 계획에 집중하다 보니 근시안적으로 변한 것 같다. 물론 눈 앞의 일을 차근차근 해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은 짧은 미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마일스톤이어야 한다.

 

번아웃 기간 동안에는 목표를 세울 힘조차 없었다. 그래서 오늘 하루 할 일을 빼먹지 않고 다 해내는 것조차 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단기 목표가 필요하다.

 

나는 회사의 중장기 전략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담당자이다. 회사는 매년 5년치의 전사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매년 연간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계열사에 지침을 주고 그들과 함께 목표를 수립하고 계획을 차근차근 달성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한다. 결론적으로 전 계열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라믄 내는?

 


 

나는 최종 목표만 있고 월별 사업계획이 없다. 그리고 중기 목표를 빨리 달성하려고만 하니 조급해진다. 양심도 없이 인풋보다 훨씬 더 많은 아웃풋이 단기간에 나오길 기대한다. 그런 건 로또 1등에 가까운 확률이다. 정량적으로 단기 목표를 차근차근 달성함으로써 중기 계획이 달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매일 하는 운동, 공부, 일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무에타이를 할 때는 시합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매일 로드웍을 하고 샌드백을 치고 스파링을 하고 피드백을 했다. 하지만 내 인생의 목표는 타인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등산에 더 가깝다. 넘어서야 하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 뿐이다. 추우나 더우나 땀이 식지 않으려면 호흡을 고르면서 한 발씩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등산을 할 때 지치지 않기 위해서는, 단기 목표를 세워야 한다. 저기 보이는 바위까지만 가서 쉬자. 저 봉우리를 돌면 나오는 큰 나무 아래에서 잠깐 쉬어가야지. 그리고 잠시 쉬면서 이제까지 온 길을 돌아본다. 잠깐 더 올라온 것 같지만 아래를 내려다 보면 발 아래에 펼쳐진 경치가 황홀하다. 그러면 다음 바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렇게 다음 바위, 다음 나무를 향해 가다 보면 정상이 나온다. 정상도 물론 아름답지만, 잠깐씩 쉬어 가던 바위와 나무 또한 등산의 일부다. 매번 과정에서 보람과 성취를 느껴야 한다.

 

공부를 하더라도 최대 4주 이내의 계획을 세우자. 많이 부족하더라도 블로그에 데이터 분석 관련 포스트를 1주일에 1개는 작성해보자 (사실 올해 목표였지만 분석 결과가 마음에 안드니까 끝도 없이 미루다가 아직 1개도 못 올렸다). 탈잉에 4주 내에 1개의 서비스를 런칭한다는 계획을 세우자. 전자책 판매가 부진하다면 2주 동안 상세페이지를 업데이트 해보자. 명확한 산출물과 데드라인을 정하고 일을 추진하자. 결과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안되면 안되는대로 마무리를 짓자. 시작이 문제가 아니라 끝을 잘 내자.

 

열심히 노력해도 막연하게 하면 막연한 결과밖에 안나온다.

 

막연한 사람이 되지 말자, 조급해하지 말자, 이런 다짐은 쓰레기크게 의미가 없다.

 

가시적인 산출물을 정하고, 정해진 날짜까지 그냥 하는 것이다.

 


 

어떤 강연에서 한석원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오늘 공부 2시간 하고 자야지' 다짐할 게 아니라 내가 정한 목표까지 문제를 다 풀기 전에는 자지 않는다.
그게 새벽 4시가 됐든 5시가 됐든, 오늘 목표한 곳까지 진도가 나가기 전에는 절대 잠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