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여행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감정들이란 행복, 즐거움, 일상을 벗어나는 짜릿함 같은 것들이다. 여행과 함께 괴로움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여행을 떠올리면 가슴이 설렌다. 하지만 여행에서의 모든 순간이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 기차가 20시간 넘게 연착되거나 핸드폰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꼭 가고 싶었던 곳에 갔는데 예상과 너무 다를 때도 있다. 누군가에게 속아 바가지를 쓸 수도 있고, 시위로 국경이 닫혀 몇시간이고 버스에서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괴로움이 좋다. 매일 똑같은 곳으로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는 일상이 아니라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 그리고 그런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