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만 더, 한 발만 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런저런 생각들 28

두려움이 문을 두드렸다

내가 경계하는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그 두려움 때문에 정작 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끔찍히도 무섭다. 나는 지금 절벽 위에 서 있고, 아래는 차가운 계곡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다. 뒤에서는 얼굴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고, 아래로 뛰어내리지 않으면 당장 쏘겠다고 말한다. 뛰어내리면 십중팔구는 바로 죽거나 목이 부러진 채로 얼마간 버티다 고통스럽게 죽을 것이다. 그렇다고 떨어졌을 때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총을 맞으면 빠르고 편안하게 죽을 수 있고, 뛰어내리는 동안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1. 잘못되서 목이 부러지면 어쩌지? 부딪치면 얼마나 아플까? 지금 죽을 줄 알았..

바빠 보인다는 것

몇년 전 회사 후배에게 "요즘 많이 바쁘지? 힘내." 라는 말을 전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후배가 했던 대답을 아직 잊을 수가 없다. 후배는 "저 많이 바빠 보이나요? 바빠 보이면 일 못하는 거라고 하던데ㅠㅠ" 라고 했다. 사실 바빠 보이진 않았고, 당시 그 후배가 다루는 일이 실제로 많았기에 격려 차원에서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선입견일 뿐 후배는 그 많은 일을 아주 훌륭하게 컨트롤하고 있었고, 오히려 바빠 보이지 않으려 마음까지 다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 대답을 들었을 때 나는 참 부끄러웠다. 심지어 가장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던 사람 중 한 명인데. 그 뒤로 나는 업무가 아무리 많고 바빠도 그것을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빠르게 걷거나, 다급하게 말하는 것. 약속 시간을 미루거나..

함께 걷는다는 것

두 사람이 동시에 한 권의 책을 읽어야 그것이 동행인가? 지극히 내 경험만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누군가와 함께 같이 영화를 본 적은 많았다. 그러나 새로운 책을 같이 읽었던 적은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같은 책을 2권 사서 읽고 생각을 나누는 것도 모두 좋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만약 서로 모르는 상태의 두 사람이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같은 책을 읽고 시간이 흘러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어느 날 밤 나는 좋은 책 한 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그 이야기로부터 전달받은 감정과 문장들을 되새기며 잠든 뒤 다음 날 모든 것을 잊는다. 그렇게 몇 날을 보내다가 일상의 어떤 순간에 그 책의 한 장면을 발견한다. 이 순간 지루..

소프트웨어 장인: 프로페셔널리즘/실용주의/자부심

소프트웨어 장인 나는 기획자이며 프로그래밍을 좋아하고 진지하게 배우는 학생이기도 하다. 적어도 매일 3시간 이상(주말은 더 많이)을 공부하거나 작은 것들을 만들어보는데 사용한다. 실력은 꾸준히 제자리 걸음이다. 무언가를 배울 때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태도와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부하면서 클린 코더, 애자일 회고, Lean UX와 같은 좋은 책들을 계속해서 함께 읽고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배워가고 있다. 이 책은 소프트웨어 장인을 기준으로 쓰여졌지만 그보다는 '일이란 직장에 출퇴근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장인들을 위한 책이다. 비슷한 책으로 피터 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이 생각나는데 그 책보다는 조금 더 쉽게 읽..

살아가는 듯 여행하는 것

오늘 이 영화를 봤다. Into The Wild, The Motorcycle Diaries 같은 명작과 함께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다. 여행을 떠나면 오히려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일상 속 막연한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던 자리가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 낯선 환경이 가져다주는 설렘.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친절함. 잊고 살았던 것들의 소중함. 순례길은 언제 걸을 수 있을까. 여행자를 위한 서시, 류시화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

장기적인 투자 관점

무조건적인 장기적 투자란 없다. 매일 종합적으로 재평가한 뒤 '검토 결과 장기적 투자 관점 유지'가 새롭게 갱신될 뿐이다. 매 순간이 기회이다. 처음에 정해 놓고 상황이 변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따르는 것은 매일 조금씩 리스크를 높여가는 것이다. 모든 기회와 선택은 매 순간 재검토하고 계속해서 의견을 조금씩 조정해야 한다. 포지션이 전환된다면 주저없이 숏쳐야 한다. 투자든, 일상에서의 결정이든 모두 그렇다. 두려움 때문에 현재의 손실을 미루는 행위는 더 큰 손실을 가져올 확률을 높인다.

공간에서의 사용자 경험

건축 공간에서의 사용자 경험과 가상 공간에서의 사용자 경험은 얼마나 비슷할까? 건축을 배우는 동안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관심이 많았다. 졸업 작품은 '게슈탈트 이론을 적용한 수원 화성 구도심 재생 프로젝트'. 인간이 건축 공간을 어떻게 인지하고 행동하는지에는 어떤 것들이 영향을 미칠까? - 공간의 폭 - 공간의 면적 - 색채 - 조도 - 다음 이동 지점까지의 거리 - 시야가 끝나는 지점까지의 거리 - 시야가 닿는 곳의 면적 도면에 그려진 선 하나, 실제 공간의 단계 하나는 공간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과연 가상 공간의 사용자 경험에는 어떤 것들이 영향을 미칠까? 역시 시각적인 것에 영향을 받을 것 같고, 마우스 포인터의 이동 거리나 타겟의 크기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실제 공간에서의 사..

기록하는 것

나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한다. 그리고 기억력이 좋지 않다.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계속 기록한다. 그리고 다시 보지 않는다. 대학교 다니는 동안은 싸이월드 게시판에 글을 썼다. 그리고 졸업할 때 인디자인으로 책을 만들어서(자비 출판) 지인들에게 나누어줬다. 대학교 졸업작품 시작할 때 산 프랭클린 플래너가 있다. 속지는 계속해서 넘어갔지만, 커버는 내년이면 햇수로 10년이 된다. 책을 제외한 물건들 중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한 것은 없었다. 올해 모든 것을 전자화하기 위해 태블릿과 일정 관리 어플 체제로 전환한 적이 있다. 꽤 오래 wunderlist와 필기 어플을 사용했는데,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탓인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전자화하는 것은 확실히 편리하지만 내 머리가 기억하지 못하고, 의존도가 높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