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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들

살아가는 듯 여행하는 것

토이판다 2019. 12. 10. 23:46

Wild, 2014

 

오늘 이 영화를 봤다.

Into The Wild, The Motorcycle Diaries 같은 명작과 함께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다.

 

여행을 떠나면 오히려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일상 속 막연한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던 자리가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

낯선 환경이 가져다주는 설렘.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친절함.

잊고 살았던 것들의 소중함.

 

 

 

순례길은 언제 걸을 수 있을까.

 

 

 

여행자를 위한 서시, 류시화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 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

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 하리

길은 또다른 길을 가리키고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여인숙이 되리라

별들이 구멍 뚫린 담요 속으로 그대를 들여다보리라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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