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만 더, 한 발만 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런저런 생각들

함께 걷는다는 것

토이판다 2020. 1. 1. 23:41

Salar de Uyuni, Bolivia 2015

 

 

  두 사람이 동시에 한 권의 책을 읽어야 그것이 동행인가?

 

  지극히 내 경험만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누군가와 함께 같이 영화를 본 적은 많았다. 그러나 새로운 책을 같이 읽었던 적은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같은 책을 2권 사서 읽고 생각을 나누는 것도 모두 좋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만약 서로 모르는 상태의 두 사람이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같은 책을 읽고 시간이 흘러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어느 날 밤 나는 좋은 책 한 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그 이야기로부터 전달받은 감정과 문장들을 되새기며 잠든 뒤 다음 날 모든 것을 잊는다. 그렇게 몇 날을 보내다가 일상의 어떤 순간에 그 책의 한 장면을 발견한다. 이 순간 지루했던 일상과 희열로 가득 찬 이야기는 조금씩 섞이며 그 경계를 허문다. 좋은 이야기는 삶에 스며들었을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게 된다. 이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며 어제와 다른 오늘을 보내던 어느 날, 나는 눈동자 속에 우주가 담긴 누군가를 만난다.

 

"... 헨리 밀러는 이렇게 말했다. 삶으로 돌아오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우리가 한층 더 열정적으로 삶을 받아들이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책은 과연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  -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기욤 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