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계하는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그 두려움 때문에 정작 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끔찍히도 무섭다.
나는 지금 절벽 위에 서 있고, 아래는 차가운 계곡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다. 뒤에서는 얼굴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고, 아래로 뛰어내리지 않으면 당장 쏘겠다고 말한다. 뛰어내리면 십중팔구는 바로 죽거나 목이 부러진 채로 얼마간 버티다 고통스럽게 죽을 것이다. 그렇다고 떨어졌을 때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총을 맞으면 빠르고 편안하게 죽을 수 있고, 뛰어내리는 동안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1. 잘못되서 목이 부러지면 어쩌지? 부딪치면 얼마나 아플까? 지금 죽을 줄 알았으면 위험하니까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한 것들 다 해볼걸 그랬는데.
2. 떨어져도 반드시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야. 어떤 자세로 떨어져야 물에 들어갈 때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뭍에서 가까운 곳보다는 먼 쪽으로 떨어져야겠지?
3. 내가 꼭 이 두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나?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자. 총을 겨눈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까? 다른 탈출구는 없을까?
지금 이 순간 너무너무 무섭다. 사실 실패도 무섭고 그걸 무서워하는 나도 무섭고 앞으로 벌어질 모든 것이 다 무섭다. 도미니카 드그란디스의 <업무 시각화>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며 마무리한다.
"애자일의 주요 가치는 계획을 따르기보다 변화에 잘 대응하는 것이다.
인생은 불확실하고,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것이 열역학 제 2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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