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점수: 8
오늘 한 일
-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
- 마지막 몰입 완독
- 최강의 단식 읽기 시작
내일 할 일
- 조리사 필기 공부
- 사이드 프로젝트
- 최강의 단식 읽기
장애
- 2020년 1월에 카카오뱅크 면접에서 떨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첫 회사에서의 이직을 1년간 시도했었다. 그리고 내가 슬럼프 또는 번아웃에 빠졌다는 것을 인지한 것은 2020년 초. 내 기억으로는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것 같다.
그 시작은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이었다. 당시 압구정에 살 때였는데, 아침마다 카카오 스피커로 알람소리 대신 노래를 듣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 노랫소리가 귀찮게 느껴졌고, 그 뒤로 아침에 노래를 듣지 않았다. 이게 내가 사진처럼 기억하는 슬럼프의 시작이다.
그 뒤로 매일 힘겨운 싸움의 연속이었다. 나는 광기에 가까운 자기애, 선민 사상 수준의 자존감(사실 무교이다)을 가진 것에 자부심을 느껴왔는데, 그런 것들이 한순간에 모두 없어졌다. 물론 없어진 것을 그 순간 알아차린 것은 아니다. 이 슬럼프는 서서히 스며들었으나 강력했다. 선수부 훈련으로 스파링을 할 때, 관장님의 턱에 훅을 제대로 꽂아 넣었다고 생각했지만 가드 사이로 보이는 그의 눈은 언제나 흔들림이 없었다. 슬럼프도 이와 마찬가지다. 상담을 받고 번아웃 극복 요령을 수도 없이 따라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내 의지나 행동만으로 이 녀석을 몰아내거나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끔찍했다.
그렇게 2년을 버텨왔다. 점점 더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 속에서도 지금 딱 한 발만 더 앞으로 가자고 되뇌이면서. 물론 한번도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요즘은 끝이 보인다.
'끝이 보인다는 것' 또한 어느날 갑자기 인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갑자기 그동안의 무기력함과 자기 통제 불가의 상태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알 수 없는 고요한 흥분, 깨끗한 머릿속, 기시감 등의 현상과 변화가 생겨났고 혹시 이러한 현상이 이토록 길었던 슬럼프의 끝은 아닐까 생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요즘 이런 생각이 든다.
불확실한 날들 속에서도 차근차근 나아가면 언젠가 빛은 보인다.
그리고 이런 상태이다.
-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 나의 충동, 감정, 욕구, 에너지를 스스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
- 타인에게 친절하고 따뜻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 어떤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내가 택한 방법론을 적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 잡생각이 없고 마음을 정갈하게 유지한다.
- 타인을 위해 선한 행동을 한다.
- 운석이 떨어지면 그냥 죽는게 낫겠다 따위의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떠한 악재가 닥쳤을 때의 시뮬레이션이 포기가 아닌 해결로 집중된다.
- 바로 잠들며 짧아도 깊게 자고 아침에 눈 뜨면 바로 움직인다.
물론 아직 완전히 슬럼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척도로 따지면 아직 슬럼프 쪽에 가깝다. 하지만 이제 출분한 가능성이 보인다. 인생이란 어떤 한 가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움직이는 방향이겠지. 언제나 내 생각이 행동을 이끌고 생각하는대로 살 수 있기를.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지 않고 사람과 자연, 내가 속한 공동체에 선한 영향을 줄 수 있길.
한 개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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